'2009/12'에 해당되는 글 1건
나의 2010 :: 2009/12/29 17:25
/잡것모음
그는 원래 회사원이었다. 상사의 온갖 갈굼에 항거하여 회식 때 한소리 했다가 더더욱 찍혀 온갖 고초 끝에 결국 사표를 던지고 말았다. 회식 자리 전까지 두 주먹을 불끈쥐며 거사에 힘을 실어줬던 동료들은 정작 결전의 순간엔 침묵했다. "저희야말로 부족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회사를 나온 뒤, 그들 중 한명은 이런 말로 가슴을 후벼팠다. "그 사람이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이제 마음 풀어라. 부서에 적응 못한 건 너잖아" 그래 그들의 눈에 결국 패배자였다. 일이 힘들어 괜히 죄없는 누군가의 부당한 조직 운영을 탓하며 뛰쳐나간 겁쟁이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게 된 그의 또 다른 꿈은 B급 에로 영화감독이다. 출산율 저하에 허덕이는 대한민국을 위해 뭔가 큰 일을 하고픈 대의적 발상에서 비롯됐다.
먼저 이름은 '알퐁스 봉도대'로 한다. 봉만 '大'가 아닌 봉'도' 大인 인물이 되는 것이다. B급 에로영화라고 해서 유럽 영화계에 진출 못할 일도 아니기에 '알퐁스'를 붙여 깐느와도 친근감을 유지한다. 작품은 일관된 제목의 개연성 가득한 것들로서 일종의 시리즈물이다. '그녀와 나의 마지막 수업' '그녀와 나의 마지막 내시경'....
영상미학은 철저히 지양한다. 영상이 아닌, 에너지미학을 모토로 화면을 터뜨려버리는 그야말로 원초적이고, 강력한 그 무언가를 담아야 한다.
계획이 세워지고 이젠 실전만 남았다.
Trackback Address :: http://guemja.net/tt/trackback/13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