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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 2007/03/13 09:56
어제의 술자리 장소는 서강대학교 부근 '마니아'라는 곳이었습니다. 동해횟집 건너편에 있어 자주 눈에 띄긴 했지만 실제로 가본 건 어제가 처음이었습니다.
신촌쪽에는 원래 록음악 바가 많이 있습니다만 요즘 아트록을 틀어주는 곳은 흔치 않습니다. 모던록이나 하드록, 블루스 록이 선곡의 중심을 차지하죠. 그런데 이 곳은 아트록의 비중이 높습니다. PFM과 NEW TROLLS, LOS CANARIOS 등이 연이어 흘러나오기에 함께 간 선배와 동기, 저 이렇게 세 명은 모처럼 음악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대중음악사와 프로그레시브록, 특히 프로그레시브록 그룹들의 정치색이 화제의 중심을 이뤘는데요.
소프트 머신이 등장하니 캔터베리신과 데이비드 알렌의 공이 튀어나왔고, 방코의 그룹명에 담긴 의미는 자연 아레아의 좌파성향으로 이어졌습니다. 그중 이태리 록 음악신, 그에 영향을 끼친 정치환경에 대한 개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무엇보다 두어 시간 넘게 아트록에 대한 저마다의 이해와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그러한 만남 자체가 제겐, 근자에는 최초인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주구장창 강조하던 바가 있었는데요. 아쉽게도 술 기운에 취해 혀가 꼬이는 바람에 제대로 전달이 안 됐습니다. 함께 한 사람들은 "내가 머리가 안 좋아서 그런데,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며 제 가슴을 도리질했습니다. 그저 이런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국장의 말을 빌리자면 "음악이 만들어진 순간 그것은 창조자의 손을 떠나 감상자의 것이 된다"고. 서양 음악의 창조력 고갈, 그에 따른 리메이크와 재발견 붐에 한탄이 나올지라도 어차피 이 세계는 대상의 깊이와 함께 감상자 자신이 달라지면 새로운 깊이가 생성되는 것 아니겠냐는 것입니다. '한계론'이 대상에 대한 허무주의와 '수박겉핥할기'식의 일회적 감상주의를 북돋기에 오히려 음악을 둘러싼 모든 깊이가 상실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
물론 우리의 모든 인식과 의사 표현은 이전에 이루어진 성과물의 바탕 위에서, 서로 약속된 공통의 기호를 수단으로 한다는 점에서 음악에 관한 거시적이고 '객관적' 접근 역시 무의미한 작업은 아닐 겁니다. 제가 문제제기하고 싶은 부분은 다만 외재적 인식이 너무도 팽배해서 모든 대화가 그로 귀결된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선 음악은 대상보다는, 감상자 자신이 만들어가는 측면이 크니까요.
아무튼 마음 속에 응어리져 스스로를 눌러왔던 '썰'은 어제의 신청곡 리스트로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김두수 - 자유로운 마음, KGB - It's gonna be a hard night, jody grind - we've had it, holderin - requiem fur einen wicht.


